P R O L O G U E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조심스럽고 겁나는 그리고 고통스러운 작업인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도 먼저 그러한 마음이 앞서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아직 남들에게 떳떳하게 내어 보일 만큼 우리가 자리 잡은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이 분야의 모델로 인식되지도 못한 입장에서 씌어지고 있는 졸필은 그래서 더 부끄러움과 조바심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살아온 날을 글로 쓰면 장편소설 몇 권은 될 것이라고 말들을 한다. 인간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지나 온 날들은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더디게만 느껴지던 젊은 날의 시간들은, 지금에 와 생각하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렸다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인생의 1막을 마무리하고 2막의 첫 장을 열면서 기억의 언저리에 아직은 그대로 남아있는 얘기들을 글로 남겨야 한다는 조바심이 펜을 들게 만들었다.
벌써 지난 세월을 정리하고 결론 맺으려는 시도는 분명 아니다. 나와 우리 앞에 놓인 이별의 시간을 아파하며, 확실하게 예정되어 있을 변화된 만남의 그날을 머릿속에 그리며 용기를 내었다. 이제 서론에 불과한 이 글은 세월을 넘어 미래의 한 시점이 되면 분명히 완성될 수 있으리라고 마음으로 그려본다.
이 글의 내용은 마흔넷의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만은 않았던 세월을 살아온 한 평범한 인간의 삶의 편린들이며, 아울러 'Jin Harmony' 라는 단체의 구성원들이 엮어온 바보들의 합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가지 않는 길, 다른 사람은 외면하는 음악의 뒷골목에서 우리는 성장해 왔다.
그 옛날 겨울이면 늘상 마스크를 하고 다녔던 고교시절이 있었다. 학예전을 앞두고 목소리를 보호한다면서 동기들이 모두 말도 않고 마스크 하나로 음악실의 추위를 참아 내곤 했다. 지금도 어쩌다 감기라도 걸려 마스크를 끼게 되면 그 특유의 향내에 묻어나는 학창시절, 그 뜨거웠던 음악실의 추억이 되살아 숨을 쉰다.
철없음이 아닌 때 묻지 않아서 순수했던 그 시절은 낭만이 있었고 깊은 상채기도 있었으며, 행복 또한 공존했었다. 모교의 명예를 마음에 담고 노래하며, 우정과 사랑으로 뒤섞였던 그때의 모습은 ‘싱그러운 열병’ - 그것이었으리라!
'Jin Harmony'가 세상에 태어나고도 26년이란 세월이 지나가 버렸다. 인간도 십대 후반의 나이가 되면 외형적으로는 2차 성징(性徵)이 완성되고 사회적 인간의 틀을 갖추기 시작하는데, 'Jin Harmony' 역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단계를 지나 성숙한 단면들이 조금씩은 만들어져 가는 듯하다. 15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같이 호흡했으니 만큼 몇 마디 말이나 몇 줄의 글로는 다할 수 없는 좌절과 시련, 감동과 영광의 순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왔다. 넘어질 듯하면서도 버텨 나온 세월들..... 이제 확신하는 바 'Jin Harmony'는 잘려질지언정 통째로 뽑히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인 26년이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왔던 26년이란 자산과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고 할 수 있다. 처음은 'Jin Harmony' 창단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사실적인 기술인데 가능하면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후반부는 너무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그러나 너무나도 바라마지 않는 우리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사항들이다. 꿈은 꿈일 수밖에 없지만 역설적으로 꿈이 없으면 삶의 희망도 없을 것이다. 의지가 있다면 그에 걸 맞는 결과도 있으리라고 믿는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라고 하지 않는가!
혹자는 시간을 돈에 비유한다. 과거는 써버린 돈이요, 미래는 부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약속어음이고, 현재는 가장 안전한 현금이란 것이다. 어제는 오늘을 살게 하는 지혜를 주고 오늘은 내일이란 희망으로 말미암아 힘을 얻는다. 결국 이 글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지나간 과거를 말함은 내일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함이요, 푯대를 세워 그곳으로 빠르고 바로 가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특별한 이념이나 논리의 전개가 아니라 살내음 물씬 풍기는 정감어린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면 좋겠고, 인생의 방향이나 삶의 방식이 아니라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공감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각자 그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오늘’ 을 살고 있고 있는 것이다.
좁게는 150여명의 'Jin Harmonian'들과 이들을 아끼고 좋아하는 분들, 넓게는 노래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히 지난날의 우리 노래와 사랑을 말하려 한다. 과거의 아픔을 투정하려 한다. 그리고 아직은 머릿속에만 존재하고 넓게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내가 제시할 수 있는 Vision - 스스로가 스스로를 도와 음악사에 유래가 없는 음악적 Mecca를 꿈꾸는 황당한 이야기와 그 모든 것이 한낱 꿈일지라도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의 마음을 모아 미래의 한 시점에 같은 무대에 함께 하는 모습만은 현실로 만들려는 우직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