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겨울이 따뜻한 이유



이 글의 전반부에 수 없이 반복된 얘기지만 Jin Harmony와 겨울과는 미묘하고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다시 말해서 초창기로부터 지금까지 Jin Harmony의 노래와 열정은 ‘겨울’ 이라는 상징성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일년에 한 계절을 우리 것으로 소화한 셈이 되지만, 부정적으로는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되지 못하고 일년에 단 한차례 - 겨울에만 부대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아마 겨울이 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Jin Harmonian들은 마음속에서 잔잔한 파문이 일기 시작할 것이다. 몸이 어디에 있거나 처한 상황이 어떠할지라도 마음만은 우리가 불렀던 노래와 보고픈 얼굴들에게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직 풍요롭고 넉넉한 모습은 아니지만 언제나 그리워하는 고향의 이미지가 아닐까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모습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상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될 미래의 상황들을 꿈꾸면서 우리는 고향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겨울은, 헤어져 살아야 했던 견우와 직녀의 애타는 그리움이 안타까이 해소되는 칠월칠석날의 작은 행복과도 이미지가 통하는 것 같다. 직녀를 그리며 견우를 향하며, 끊임없이 속앓이를 하지만 금지된 사랑은 그 날이 되어야만 허락이 된다. 그 날이 다가오면 마음은 설레이기 시작하고 오작교가 놓여지면서 서로에게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 짧은 만남이 끝나면 다음 해를 기약하면서 긴 이별의 어둠 속으로 빨려들 듯 헤어져 간다. 십수년을 하루같이, 겨울이면 온 겨우내 사모하고 그리워하건만 다가서면 또 그 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사랑 - Jin Harmony! 겨울이면 만날 설레임에 두근거리고 그 절정의 하루가 소진되면 일년을 사이에 두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 이제 그 순환의 어울림은 분명한 對象으로 인식되었고, 안타까운 마음들이지만 남들은 소유하지 못한 작은 행복으로 자리잡았다.

일년에 단 하루, 한 계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그리움의 실체가 있는 것이다.


지나간 시절의 운명은 수많은 반대와 고난, 그리고 인식부족으로 점철된 회피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런 때마다 난 생각을 멈추었다.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사안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근본적인 부분으로까지 갈등을 확산시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해답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좌절하면 世人들의 웃음거리밖에는 얻을 것이 없다는 위기감,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생각한 것들이 현실화되는 그 때에야 과거는 이해되어질 수 있고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한 까닭이다.

구조적 모순이라고 외면해 버린 사람, 자기 갈 길이 너무 급해서 생활의 여유가 전혀 없는 사람, 사람들간의 갈등으로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 그들은 이제 곁에 없다. 어느 한 연주회에 온 시간을 다 바치고 지쳐서 포기해 버린 사람들 -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여력이 생길 때 돌아오는 사람이 생겨나고, 그리워 보고파서 되찾는 이가 늘어간다. 그 속에 새식구로 자리잡아 가는 막내들의 귀여움이 있고, 선배가 되어 가는 어엿한 모습들이 있는 것이다.

어렵고 힘들었던 그 순간순간마다 좌절하기 일보직전이 되면 신기하게도 돌파구가 열려서 비록 넘어지고 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있어서 여러 선배들의 의지와 용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Jin Harmony는 어느 한 두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150명에 이르는 전 단원의 작은 힘과 노력이 한 올 한 올 엮어져서 이룩된 총아인 것이다. 그 한 두푼이 모아져서 지금의 연습실 ‘藝苑’ 이 있고, 그 한 두시간의 투자가 모아져서 연주회를 진행시켰으며 26년의 역사가 이룩된 것이다.

거대한 인류역사에 비하자면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새로운 장을 여는 우리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며, 다시 이루어낼 수 없는 진정한 우리의 역사인 것이다. 지나간 상황과 선택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바뀌었다면 오늘은 있을 수 없었다. 그 하나하나가 최선이었다고 자부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 격정의 순간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 그 순간들만은 진지하고 충실했다고 증언할 수는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고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이제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변화되고 또 어떻게 변화된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변할 수도 없고 변해서도 안되는 한 가지!

그것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우리에게 겨울이 따뜻한 이유는 바로 노래가 있고, 꿈이 있고,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겨울은 바로 치열한 생존의 이유였으며, 고난을 이기게 해주는 버팀목이었다.

다시 冬眠에 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제로부터의 겨울은 제발이지 행복한 계절이기만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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