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혼이 물들 때



우리들의 음악은 더 이상 우리들만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살고, 더 나은 지위를 향해 달려간다. 弱肉强食과 適者生存이 삶이란 전장의 무기가 되어 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더 낮은 곳에 길이 있고, 희생과 봉사가 더 큰 위안을 주기도 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 내가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의 현실은 노래로 그들을 위로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일상에 찌들어 아무런 의욕이 없는 이들에게 예술은 한낱 사치에 불과할 것이다. 당장 밥 한끼, 빵 한 조각이 더 절실한 이들에게 지금의 우리는 그들이 원하고, 그들이 바라는 물질적인 것을 해결해 줄 능력은 없다.

그러나 노래가 있고, 마음이 있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껏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외면해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버림받고 소외 받아 아프고 지친 이들에게 노래로 위로할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예전에 1기 기모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동기들이 문병을 간 적이 있었다. 아카펠라 몇 곡을 위로의 노래로 불러 드렸는데, 어머님께서 무척이나 좋아하셨고 특히 옆 침상의 아주머니 환자가 우리들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눈물까지 글썽이셨다. 그리고 병원 문을 나서는데 기모 얘기가 그 아주머니는 말기 암 환자라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가슴 써늘함이 깊게 베어져 나왔다. 그 분의 눈, 죽음을 앞에 두고 노래 한 곡에 그렇게 고마워하시던 그 눈이 오랫동안 마음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버림받은 고아들, 소외당하는 노인들, 갱생의 길을 가는 낙오자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 - 갈 곳은 너무나 많다.


‘잉여가치의 사회환원’ 이란 것은 비단 경제적 개념만은 아니다.

지금은 우리의 부가가치인 노래가 그 유일한 수단일 것이지만, 지향하는 꿈들이 하나씩 달성되어 가면서 교육, 문화, 사회사업으로 우리에게 부여된 사회환원의 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삭막한 세상에 우리들만을 위한 꿈은 너무 편협하고 비인간적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꿈이 영글어 간다는 것은, 즐기고 향유한다는 「소극적 음악」 이 아니라 그 범위를 넓혀서 공유하고 심화한다는 「적극적 음악」 이 틀을 잡고 가시화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有限者 인간은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

空手來 空手去요, 인생은 덧없다 한탄한다.

그러나 살다 가노라는 흔적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살다 남은 生을 누군가 계속 살아가게 할 수는 없을까!

내가 한 고생, 우리가 지나 온 힘들었던 족적을 다시 되풀이 않으면서, 잘못은 보완하고 오류는 정정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결국 우리의 꿈은 「무엇」 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어떤」 이라는 방향성에 있다. 완성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음악이 어우러진 방향이라는 좌표가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상상의 나래를 편다.


우리들이 인생의 황혼을 맞을 즈음 老의사, 老변호사, 정년을 넘긴 또 이런 저런 직업을 가졌던 선배들이 해외 순회공연을 위해 대여한 요트에 몸을 싣는다. 최정예 후배 단원들도 동승한 이 여행의 목적은 봉사와 위로이다. 그 배를 타고 세계를 돌며 사랑을 실천한다.

우리보다 못한 곳에서는 의술도 베풀고, 봉사도 하며, 음악을 통해 그들의 힘겨운 삶을 감싸 안는다.

또 우리보다 나은 곳에서는 민간외교 차원에서 음악으로 우리를 알리고, 교포사회를 찾아 위문을 한다.

그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뱃전에 노을이 물들고,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미 유명을 달리한 친구, 선후배 이야기, 또 지난날의 무수한 사연들로 서로를 보듬고 있다.

그 때 누군가의 선창으로 시작된 예기치 않은 화음은 아즈늑한 금빛깔과 뒤섞어서 온 세상을 추억으로 물들인다.


“아늑한 산골짝 작은 집에, 아련히 등잔불 흐를 때,

 그리운 내 아들 돌아올 날, 늙으신 어머니 기도해.

 그 산골짝에 황혼질 때, 꿈마다 그리는 불빛은,

 희미한 불빛은 정다웁게 외로운 내 발길 비치네.......”


그 너머로 피어나는 황혼 녘의 미소는 아마도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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