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산다
E P I L O G U E
이제 우리의 1막을 마무리 할 때가 된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은 아직도 마음 속 가득 물결치고 있지만 여운을 남기는 의미에서 마감을 한다. 그리고 쏟아내어 버린 많은 이야기보다 차분히 가슴에 담아 둔 못 다한 얘기들이 더욱 애틋하다. 무엇을 전달하려고 한 것인지에 대한 각자의 느낌은 있을 것이다.
남을 욕하기는 쉽고, 말로써 하루 밤에 만리장성을 쌓기도 쉽다. 책임지지 않으려고 회피해 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고,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할 수도 있으리라. 지금은 뒷짐 지고 빠져 있다가, 무엇인가 잡힐 것 같으면 그 때 슬그머니 명함 내밀면 용납될 것도 같으리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챙긴다고, 그냥 있어도 알아서 다 해주니 나중에 떡이나 먹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Jin Harmony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적극적인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모두가 손님들이요, 방관자로서 멀리서 관망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창단부터가 확고한 계획성 아래 추진된 것이 아니라 의욕만이 앞세워졌었고, 그 후의 과정들 역시 생존과 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스스로 지쳐가고 멍들어 가는 것을 치유하지 못했다. 편하게 생각하고 안이하게 대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래가 눈앞에 확연히 보이는데 대충 넘어가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Jin Harmony의 미래상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서서히 골격을 잡아갔고, 반면에 단원들의 연령이 높아 가고 사회로 진출해 나가 자신들의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서 그 괴리의 폭은 넓어져 갔다. 선배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이제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다. 취직도 했고, 결혼도 했으며, 자식까지 있는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하고 있다. 아무도 그들을 나무랄 수 있는 자격은 없다. 아니 그들은 지극히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주역들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개인의 꿈들은 결실을 맺어 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자기 자리를 잡아가다 보면, 문득 허전한 날도 있으리라!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옛날을 돌아보게 된다.
동창회 모임이 활성화되고, 주변 사람들과 계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직장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동호인 모임 등이 빈번해지기도 한다. 이는 자기 삶의 빈 공간을 메우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아직 삶을 뒤돌아 볼 나이는 아니지만 그 날을 상상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우리에게는 Jin Harmony가 있다.
노래를 부르며 만났던 수많은 그리운 얼굴들이 있다. 남들처럼 애써 찾아다니지 않아도 쉽게 부딪히고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추억을 공유한 ‘사람’ 들이 있다.
지금을 외면하지 말자!
조금 신경이 쓰이고 손길이 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무리한 정도는 아니다. 그 동안 누적된 피로가, 반복되어 온 행태가 심리적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을 뿐이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난 시간들은 반복될 수 없고, 그 값어치 또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 새로운 분위기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할 때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고 서로 미루던 옹졸한 모습은 제발 버리도록 하자. 뜻이 있는 사람들은 현재의 우리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워한다. 그들은 결코 우리의 지난 추억들이 쉽게 모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만큼 이루어 놓고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조금씩만 뜻을 모으자.
다시 분위기만 조성되기 시작한다면 초창기의 미숙했던 시행착오는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지난날의 고난은 그날에는 차라리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Jin Harmony를 시작한 것도, 이만큼 자리 잡게 한 것도, 미래의 거창한 꿈을 수립하고 가꾸어 온 것도 모두, 나 개인의 치적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동참해 주었던 동기들이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고, 같이 노래하고 동행하기를 원했던 후배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 모습이 존재하는 동시에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편안히 쉴 수 있는 휴식처로 가꾸어 가자!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조금씩만 줄여 가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형과 동생들을 바라보자. 핵가족화된 시대에 어디서 이렇게 많은 형들과 아우들을 만날 수 있겠는가?
결국 Jin Harmony의 오늘과 내일은 누구 한 사람을 위함이 아니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그 사실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때 Jin Harmony는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옮겨가 있을 것이다.
정상으로 돌을 올리면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그 돌을 다시 정상으로 올려야 하는 저주받은 시찌프스는 너무나 외로웠을 것입니다. 철모르던 시절부터 오늘까지, 겨울이면 온 겨우내 사모하고 그리워하며 달려왔지만 그 순간순간마다 손에 잡힐 듯 멀어져 갔던 나의 사랑 - Jin Harmony!
모두의 마음을 담아, 모두의 마음에 담아 생명력을 불어넣기를 바랍니다. 내가 늦은 나이에 다시 음악을 시작한 것도 Jin Harmony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금 돌을 굴리며 정상을 향하는 시찌프스의 고행을 외면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여러분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은, 또 여러분에게서 받고 싶은 것은 - 몸은 서로 먼 곳에 있을지라도 지속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관심과 애정입니다.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Jin Harmony에 여러분들이 쉼 없이 동참해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 동안 감춰졌고, 기회가 없어 숨겨졌던 후배님들의 재능을 이제는 보여주셔야 할 때입니다. 이 글이 다시 이어지는 날, 그런 무용담들이 지면에 가득하길 너무나 간절히 원합니다.
하늘을 우르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진솔한 마음으로 말합니다.
Jin Harmony를, 또 여러분들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앞으로 들어 올 선,후배님들에게도 이 마음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헤어진 이들을 다시 만나는 날 -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싶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로부터는 영원히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 앞에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들의 가장 작은 시작점은 부지런히 모이고, 열심히 노래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세상 그 어느 곳에 있을지라도..........
2008년 6월
연습실 「藝苑」에서 강 성 일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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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초안은 1987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1992년 10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완성되었습니다. 그 후 II부 - 역사적인 부분은 지금까지 내용을 추가, 수정되었습니다. III부 이후의 내용은 초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