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가 남이냐!



쉽게 내릴 수 있는 Jin Harmony의 정의는 「1982에 창단된 부산진고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구성된 남성합창단」이라는 정도가 될 것이다. 우선은 ‘부산진고’ 라는 울타리 안에 있어야 입단이 가능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야 모임과 활동이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노래라는 매개체는 그 범위를 넘어 우리를 알고 좋아하고, 심지어는 발전적으로 비판해 주시는 분들까지를 ‘우리’ 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게 해준다.

일차적으로 우리의 지향점은 2차집단의 1차집단化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물 곳이 없다. 핵가족화된, 그래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마음 둘 곳 찾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하는가? 자주 언급해 왔지만 우리들은 ‘선배와 후배’ 가 아닌 ‘형과 동생 ’이라는 인식을 말로서만이 아니라 생활의 견지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어야겠다. 우리는 각자가 Jin Harmony라는 범주 속에 들어오기 전에는 분명 ‘남’ 이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운명의 수레바퀴에 실려 인연을 맺게 되고, 그 인연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고 있다.

단순히 선배라고만 생각한다면 그의 말에 순종할 신세대 후배가 몇이나 될 것이며, 그냥 후배라고만 여긴다면 애정을 가지고 보살필 세상사에 찌든 선배가 과연 몇이나 될까! 드물 것이다. 天上天下 唯我獨尊,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왜 선배들 앞에서는 고개를 속이며, 각박한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선배들이 어찌하여 후배들에게는 주머니를 열어주는가! 그것은 우리가 1차집단의 대표적인 유형인 ‘가족’을 닮아 가는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엄밀히 말해서 Jin Harmony는 2차집단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1차집단화하려는 노력은 어쩌면 극히 소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우리는 同門이다.

그리고 동문이라 함은 때로는 수직적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평적인 성격을 띄기도 한다. 선배와 후배, 또 동기 - 피는 나누지 못했지만 형제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 다분히 이상적이긴 해도 그 최고의 형태를 갖춘 셈일 것이다.

앞으로만 향해서, 저 높은 곳을 향해서만 달려 온 생존의 시간 속에 모두들 무엇을 하였는가! 감정이 고조되고 북받칠 때면 ‘우리가 남이냐! 잘해보자!’ 고 수도 없이 말로는 맹세했지만 막상 십자가가 앞으로 다가왔을 때 몇이나 자기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려 했을까?

틈만 나면 주인의식을 가지자고, Jin Harmony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손들을 움켜잡았지만, 뒤돌아 각자의 자리에서는 나이 들고 철들어서도 이 짓을 해야 하느냐고 남의 일처럼, 소 닭 보듯 한 것은 또 몇 번일까!

칼 잘 쓰는 깡패는 많아도 의리 있는 건달은 드문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義理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남자의 이미지에는 이 의리라는 것은 약방의 감초 격으로 연상된다.

한 번 발을 들여놓고 뜻을 같이 하기로 했으면 어지간한 유혹쯤은 물리쳐야 하지 않을까! 남자로 태어나서 언제까지 자기만 생각하고 주위의 이해타산만 따지고 살겠는가! 때로는 어느 한 부분일지라도 자기가 뜻하고 확신한 바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이 정도는 공감하는 바가 있어야 형제라고, 남들과는 다른 동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웅이 없는 시대에 제멋에 사는 영웅을 꿈꾸지는 않는다. 또 그런 일을 할 마음도, 그런 생각을 할 무모함도 없다. 다만 나날이 변모해 가는 현대사회를 살며 소외되고, 비인간화가 가속화되는 세태를 지켜보면서 그렇게 살지 않으려는 작은 몸부림인 것이다. 어른들은 왜 친목집단을 만들고 취미단체를 결성하여 부품화 되어가는 일상에서 탈출하려고, 작은 여유나마 누리려고 애를 쓰는가?

삶이 너무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해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함이 아닐까 한다. 결국 오늘의 우리 노력과 결집은 단편적으로는 내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마련된 보험에 가입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동문이다.

가장 순수하고 혈기왕성한 시기에 만나 학문을 토론하고, 삶을 논하고, 작은 것들에 같이 기뻐하며, 도시락 하나에 서로 情이 통하던 사이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한 기수가 또 다른 기수를 엮어서 큰 하나가 있다. 시간이 흘렀고 삶의 터전이 바뀌었다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까지 잊어버리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精을 품고, 관심을 표하며, 의리를 간직하면서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가 일차적으로 바라는 것은 소박한 것 - 사람 속에 사는 것이 아닐까!

음악이 다가서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듯이, 자연이 먼저 인간을 공격하지 않듯이, 우리의 믿음도 우리를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소박함 속에 더 큰 위안과 성취가 있을 테고, 바라마지 않는 사랑도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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